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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DM/연성

[카이죠] 겨울

글쓰는 깡림 2018. 8. 1. 04:02




*카이죠가 아닐 수 있습니다. <??
*카이바가 철 들었습니다. <???















"우리 이사가자."

카이바는 눈을 번득이며 죠노우치를 바라봤다.

"괜찮겠나?"

죠노우치는 굵은 소금만 한 크기의 빗줄기가 죽죽 그어지는 창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응."

카이바는 자신이 쓰고 있던 원뿔테 안경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은 내일 당장이라도 구할 수 있어."‬
‪"응. 상관없어."‬

‪죠노우치의 말마디는 한없이 무미건조했다. 카이바는 밖으로 나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창문에 사선으로 그어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거세져 물방울이 어룽졌다.‬
















죠노우치에게 있어서 여동생은 자신의 삶의 일부분이었다. 여동생이 없다면 자신 또한 없는 것 같았다. 그만큼 죠노우치에게 있어 여동생 시즈카는 제 목숨의 반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어른들의 사정으로 어릴때 부터 떨어져 있는 시간은 길었지만 죠노우치와 시즈카의 유대는 어느 남매에게도 뒤쳐지지 않을만큼 컸다. 죠노우치는 시즈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다. 자신의 아르바이트 월급의 4할은 시즈카의 학비와 밥값과 자잘한 용돈을 위해 벌었다. 죠노우치는 하나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제 여동생이 어디가서 굶지 않고 가족으로 인해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했다. 몇 달 전, 시즈카는 더이상 죠노우치의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자신으로 인해 제 오빠가 고생하지 않았으면 했다. 죠노우치는 시즈카가 받지 않은 돈은 어머니에게 부쳤다. 후에 시즈카의 대학 등록금과 자금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죠노우치는 성인이 되자 어디가서 자신이 비굴해지고 싶지 않았다. 누구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고 제 일은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 카이바와 비밀연애를 하고 나서도 한번도 카이바에게 빌붙거나 손을 벌린적이 없었다. 카이바가 금전적으로 죠노우치에게 도움을 주려고 할 때마다 죠노우치는 캡모자를 푹 눌러쓰고선 거절할 뿐이었다.

"시즈카에게 어디가서 사람 잘 만나서 졸부 된 오빠라고 불리고 싶지 않아."

성인이 된 죠노우치는 냉정해져있었고 안쓰러울만큼 많이 철들어 있었다.







적은 돈을 꾸준히 모아 돈을 모아 처음 집을 산 날, 죠노우치는 고등학교 시절 같이 다녔던 친구들을 전부 불러 모아 과하게 시끄러울 정도로 거창하게 집들이를 했다. 새로 붙인 벽지에 기름 얼룩이 생길 정도로 고기를 구웠다. 친구들에겐 더 이상 고등학생의 티는 나지 않았지만 다들 얼굴은 그대로였다. 혼다는 아빠의 공장을 물려 받았고 안즈는 현지로 돌아와 버스킹을 하고 있으며 유우기는 어뮤즈먼트 사업과 손을 잡아 새로운 게임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여기서 유우기가 제일 성공했다며 웃어댔다. 죠노우치도 유우기의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으로는 이 중에서 자신이 제일 밑바닥인 것 같은 생각에 휩싸였다. 고기를 거의 다 먹었을 쯤에 죠노우치는 잠시 테라스에 나와 담배를 피웠다. 폐부 안쪽이 답답해져왔다. 나는 잘 살 수 있을까, 가슴 속에 남은 질문은 죠노우치의 목을 옥죄어 오는 듯 했다.







시즈카가 죠노우치의 삶에서 떠난 건 이번 해 초겨울이었다. 그 날은 죠노우치의 생일 전 날 밤이었다. 죠노우치의 생일 케이크를 사려고 시내로 나간 시즈카는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었고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시즈카는 영원히 수술실에서 나올 수 없었다. 죠노우치는 병원 앞 아스팔트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목이 쉬도록 울어댔다. 자신의 존재를 원망하며 자신도 따라 죽겠다며 벽에 머리를 박고 자해하려 했지만 카이바가 이런 죠노우치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죠노우치는 하루 아침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제대로 일어설 수도 없었고 제 힘으로 먹고 씻는 것 조차도 할 수 없었다. 하루종일 누워 잠을 자거나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울고 소리지르고 몸부림 치는 게 전부였다. 죠노우치는 자신 때문에 시즈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늘 그런 죄책감으로 죠노우치는 끊임없이 악몽을 꾸었고 어쩔 땐 말 조차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카이바는 죠노우치가 안정적으로 돌아올 때 까지 꾸준히 신경과 예약을 했다. 차량자에 대해서 보험금이 나왔지만 죠노우치도 어머니도 받지 않았다. 이는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룰 같았다. 시즈카의 목숨을 돈 따위로 바꿀 수 없다고 여겼다. 보험금을 받으면 마치 그 음주운전자를 용서하는 것 만 같았다.* 시즈카를 위해 모아둔 대학 등록금은 쓰지 않기로 했다. 아버지가 남긴 빚은 어마어마했지만 이 통장만은 깨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시즈카를 위해 죠노우치가 만든 적금통장을 엄지 손가락으로 슥 매만지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셨다. 고작 제 인생의 열 여덟번 겨울도 보지 못하고 떠난 딸이 비통하여 하늘이 무너지도록 구슬프게 우셨다.


*바1깥1은11여1름








카이바는 죠노우치에게 집을 사줄테니 지금 사는 집을 팔고 아버지의 빚을 갚으라고 했다. 카이바는 맘만 먹으면 바로 죠노우치의 빚을 갚아줄 수 있겠지만 이는 죠노우치가 원하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죠노우치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며 카이바를 내쫓았다. 이 집엔 시즈카의 채취가 남아 있었다. 집들이를 할 때, 친구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먹었고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는 날엔 함께 이불을 펴고 바닥에서 잠을 잤다. 죠노우치는 시즈카가 혹여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이불을 더 꺼내 덮어주고 밤을 지샜다. 시즈카는 자주 죠노우치의 집에 들렀고 그 탓에 따로 시즈카의 식기도 싱크대 선반에 구비돼 있었다. 오빠의 방이 더럽다며 바닥을 걸레질 해주고 집들이 때 구운 고기 기름이 벽지에 묻어 지워지지 않는다며 핀잔을 줬다. 햇볕이 너무 강하게 들어온다며 커텐을 사주고 언제 한번 벽지를 갈으라며 시즈카가 자기 용돈을 털어 죠노우치의 벽지를 사놓기도 했다. 집에 남은 시즈카의 흔적들과 추억들은 죠노우치를 괴롭게 했다. 그래서 죠노우치는 이 집을 떠날 수 없었다. 카이바는 보채지 않았다. 그저 며칠에 한 번 죠노우치를 상기시킬 뿐이었다.
허나 계속 거절만 하던 죠노우치가 이사를 하겠다고 제 입으로 말한건 카이바를 조금 놀라게 했다. 죠노우치는 마지막 말을 한 뒤 계속 입을 다물었다.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집 안에 가득 찼다. 집 안에 남은 건 정적이 전부였다.









이사를 가기 전, 죠노우치는 집 안에 있는 짐 들을 정리했다. 침대 시트와 얇은 천의 이불, 적당히 푹신한 베개와 근처 가구할인매장 옆 가게에서 산 베개 시트, 다이소에서 산 식기세트와 주방 도구, 옷가지와 자잘한 물품들을 챙겼다. 옷장 깊숙한 곳에서 시즈카가 선물해 준 벽지가 보였다. 회백색과 하얀색 줄무늬가 세로로 연달아 그어져 있는 무난한 벽지였다.

"새 집에 이사가면 이 벽지부터 갈아도 될까?"
"그래."

카이바는 그저 죠노우치의 말에 수긍했다. 죠노우치는 벽지를 매만지며 한없이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시즈카가 애들을 많이 좋아했어. 네 동생도 좋아했고. 나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시즈카는 남을 위해 살았어. 길 가다 폐지 줍는 할머니께 만 원 한장을 쥐어주기도 했고 길가다 우는 아이들에게 주려고 늘 가방에 막대사탕 두 세개는 넣고 다니는 아이였어."

카이바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묵묵히 죠노우치의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해보니 난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본 적은 없더라고. 어쩌면 시즈카 눈엔 내가 불쌍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을까?"
"…"
"시즈카의 적금통장, 그거 네가 후원하는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써 줘."
"뭐?"

카이바는 고개를 돌려 죠노우치 쪽을 바라봤다. 죠노우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앙상하게 마른 뒷모습만이 카이바의 눈에 밟혔다.

"적은 돈이지만, 시즈카도 내가 남을 위해 살길 바랬어."

죠노우치에게 있어서 시즈카의 통장은 금기시 되는 보물같은 것이었다.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죠노우치가 몇 번이나 길을 헤맸을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었다. 죠노우치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카이바는 죠노우치 말에 수긍해야 했다. 그것이 카이바가 죠노우치를 대하는 최대한의 배려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

창 밖엔 이른 계절 속,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시즈카가 살아있었다면 열 아홉번째 겨울의 눈이었을테다. 더는 시즈카가 없는 이 이승에 열 아홉번째 눈이 고조곤이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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